
영화 원더우먼 1984는 영웅의 화려한 힘을 중심으로 한 전형적 히어로물이 아니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적 갈등을 깊게 다룬 작품이다. 전편이 정의와 용기의 순수한 힘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작품은 인간이 간직한 결핍과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이 만들어내는 파동을 탐구한다. 다이애나는 이미 세계를 구한 영웅이지만, 이번 영화 속 그녀는 상실과 외로움 속에서 인간의 삶과 닮은 감정을 경험한다. 사랑을 잃은 상처, 불완전한 현실, 그리고 이상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균열은 영웅에게도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감독은 19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활용해 물질적 풍요와 욕망이 팽창하던 시대의 분위기를 담아내면서, 영웅이 겪는 감정적 균열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단순한 갈등이나 대결의 구조에 집중하지 않는다. 모든 인물들의 갈등은 ‘결핍’이라는 한 단어에서 시작된다. 다이애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맥스 로드는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가졌으며, 바바라는 자신을 바꾸고 싶은 갈망에 사로잡힌다. 이 결핍은 그들을 극단의 선택으로 이끌고, 그 선택은 세계 전체의 균열을 만들어낸다. 원더우먼 1984는 영웅의 힘보다 인간의 감정에 집중함으로써, 영웅의 이상이 현실 속에서 얼마나 흔들릴 수 있는지 섬세하게 탐구한 작품이다.
원더우먼 1984-영웅의 상실, 이상이 흔들리는 순간
다이애나가 겪는 가장 큰 상처는 스티브를 잃은 상실이다. 그녀는 영웅으로 살아가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개인의 삶을 꿈꾸며 고립된 감정을 품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그 상실은 희미해지지 않았고, 그녀는 자신이 구한 세계 속에서도 깊은 외로움과 그리움을 느낀다. 이 감정적 결핍은 그녀의 이상을 흔들기 시작한다. 그녀는 모든 사람을 구해야 하는 ‘영웅’이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 모순된 정체성을 조명한다. 스티브가 돌아오자 다이애나는 또 다른 갈등에 빠진다. 그는 돌려받고 싶지 않았던 고통의 화신이었지만, 동시에 그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현실적으로 그를 다시 얻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욕망은 이 불가능성을 잠시 잊게 한다. 스티브의 귀환은 기적처럼 보이지만, 그 기적은 다른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다이애나는 사랑을 되찾았지만, 그 사랑은 잘못된 균형에서 얻은 것이었다. 영화는 이 갈등을 통해 영웅조차 인간적인 결핍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이애나가 스티브를 다시 잃는 장면은 영웅의 감정이 얼마나 깊고도 무거운지를 보여주는 순간이다. 그녀는 다시 한번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되고,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아야 하는 현실을 마주한다. 이상과 현실의 충돌은 이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이상은 사랑을 되찾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그 사랑을 내려놓아야만 세계가 유지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다이애나는 결국 자신의 욕망을 버리고 이상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 선택은 기쁨이 아니라 고통이었다. 다이애나의 상실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그녀가 지켜온 이상이 흔들리는 순간을 상징한다. 영웅의 선택은 언제나 옳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지만, 그 선택의 과정은 누구보다 고통스럽다. 원더우먼 1984는 바로 이 고통을 영웅의 인간성으로 풀어낸 영화다. 이상은 완벽하지만, 그 이상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은 가혹하다. 이 양가적 감정은 영화의 정서를 깊게 만든다.
욕망의 파도, 균열을 증폭시키는 힘
맥스 로드는 이 영화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욕망을 확대해 나가는 인물로, 시대의 욕망을 집약한 존재이다. 1980년대의 욕망 문화, 부와 성공을 향한 집착, 강함에 대한 동경—all of it—이 모든 요소가 그의 캐릭터 속에서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돌을 이용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뿐 아니라 세계를 혼란 속으로 빠뜨린다. 그의 욕망은 개인적 결핍에서 시작되었지만, 점점 사회적 재앙으로 확대된다. 영화는 맥스 로드를 단순한 악당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는 악한 의도에서 시작된 인물이 아니라, 스스로의 불안과 무가치함을 감추기 위해 욕망을 키운 인물이다. 그는 성공을 통해 인정받고 싶어 했고, 아들에게 존경받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의 욕망은 타인을 해치는 방식으로 실현되었고, 결국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긴 존재마저 잃어가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욕망의 파도는 늘 처음에는 작고 조용하지만, 결국 큰 균열을 만든다. 바바라는 욕망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균열을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라고 느꼈고, 강함과 매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이 욕망은 겉으로 보면 순수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욕망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자신이 가진 인간성을 잃게 만들었다. 바바라가 강해질수록 그녀는 점점 인간적인 감정을 잃고, 폭력성을 드러내며 자신의 내면을 잃어버린다. 욕망이 만들어낸 변화는 무서운 속도로 그녀를 삼켜버린다. 영화는 욕망의 본질을 도덕적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욕망은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그 욕망이 타인을 파괴하거나 세계를 해치는 형태로 이어질 때 비극이 시작된다. 맥스 로드와 바바라의 변화는 그 욕망이 균열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욕망은 현실을 왜곡시키고, 이상을 뒤틀며, 모든 관계를 파괴한다. 이 균열은 결국 다이애나가 다시 나서야 하는 이유가 된다. 영웅은 욕망의 파도를 막기 위해 또 다른 희생을 치러야 한다.
현실의 무게, 영웅성의 재정의
영웅은 언제나 완벽하고 강력한 존재로 그려지지만, 원더우먼 1984는 그 이미지를 깨뜨린다. 다이애나는 상처받고 흔들리고, 때로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한다. 그녀는 인간처럼 약하고 단단하며 복잡한 존재다. 영화는 이러한 인간적 감정이 영웅의 완전한 중요한 특성이라고 말한다. 영웅성은 완벽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약함 속에서도 옳은 선택을 하는 의지에 있다. 다이애나는 스티브를 다시 잃는 순간에서 큰 변화를 겪는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이 약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자신이 선택한 욕망이 세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깨닫게 된다. 이 깨달음은 그녀의 영웅성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된다. 완벽한 힘이 아닌, 공감과 희생을 통해 영웅으로서 존재해야 함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진정한 의미의 영웅으로 거듭난다. 또한 영화는 영웅의 선택이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자신을 넘어서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다이애나는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기 위해 눈물 흘리며 스티브에게 작별을 고한다. 이 장면은 영웅이 가진 가장 큰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힘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용기. 현실의 무게를 견디는 용기. 영화는 이러한 영웅의 모습이야말로 현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맥스 로드와 바바라의 욕망이 만들어낸 세계적 혼란은 결국 영웅이 마주하는 현실의 상징이다. 현실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욕망은 끝없이 그 틈을 넓히려 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인간은 선택을 해야 하고, 영웅은 그 선택의 중심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원더우먼 1984는 영웅의 선택이 얼마나 무겁고 중요한지를 실제적인 감정으로 보여준다. 이상은 영원하지만, 현실은 늘 흔들린다. 영웅은 그 흔들림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원더우먼 1984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균열을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영화는 영웅의 힘보다 영웅의 마음에 집중하며, 영웅이 인간성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이상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현실은 때로는 그 이상을 무너뜨린다. 그러나 그 균열 속에서 인간은 성장하고, 영웅은 탄생한다. 원더우먼 1984는 영웅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동시에, 인간다움이야말로 영웅의 본질이라는 깊은 메시지를 남긴다.